“폭탄 터져도 마트 굴러가”…40년 제재가 키운 이란 ‘맷집’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주스를 만들고 있다. 공습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며 버티는 ‘저항경제’의 한 단면이다. [AP=연합뉴스]
이란전쟁이 서로의 산업 인프라를 정조준하는 보복전 국면으로 확장되면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0여 년간 이란이 쌓아올린 ‘저항경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항경제를 지탱하는 산업 기반으로 전선이 넓어지면, 지금껏 버텨온 이란 경제가 한계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무차별 공습 속에서도 이란의 수퍼마켓 진열대는 비어 있지 않고, 공무원 급여 역시 지급되고 있으며 유가 급등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호재가 되고 있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저항경제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을 교훈 삼아 수입하기 어려운 의약품·자동차 부품·가전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수백 개 발전소를 전국에 분산 배치해 전력망 파괴 리스크를 최소화했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석유와 식량·기계류를 맞교환하는 물물교환을 일상화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폭 강화된 제재로 원자재·부품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국산품 중심 경제 전환에 속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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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후 저항경제는 일단 작동 중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을 앞두고 지방 행정기관에 권한을 분산시켜 수입 절차를 간소화했다. 육로 국경을 통한 무역도 지속되고 있다. FT는 “테헤란 연료 저장시설이 공습당한 직후 연료 공급에 일시적 차질이 발생했지만 배급제로 신속히 대응해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전직 경제 관료는 “전쟁이 1년간 지속되더라도 버틸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석유 일변도 경제가 아니라는 점 역시 저항경제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영국 싱크탱크 부르스 앤 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이란이 지난 회계연도에 약 70억 달러 상당의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지금도 금속·화학물·식품 등 비석유 수출만으로 월 2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봤다. 유가도 역설적 호재가 됐다. FT는 “지난 한 달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란이 수백만 배럴을 계속 수출해 하루 1억4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유가 상승이 이미 전쟁 비용의 일부를 보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항경제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을 세계경제의 인질로 잡는 조치가 동시에 이란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란은 밀·유지종자·쌀 등 식품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 물자의 상당량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들어온다. UAE가 이란의 공격 타깃이 되면서 식량 조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철소 등 비석유 산업시설이나 식수 인프라를 겨냥한 파괴전도 저항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이 전 세계 해수 담수화 역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담수화 시설 타격은 민생에 치명상일 수밖에 없다.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민간 시설 파괴는 전쟁 부담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경제 회복력에 한계가 있는 이란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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