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뒤 남는 것···사모펀드식 재편, 유통가 마주한 '양날의 검'

[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국내 유통가를 노린 사모펀드 자본 유입이 본격화한 가운데 효율화에 방점이 찍힌 구조 재편이 자칫 기업의 본원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 수익 창출에 매몰된 일편향적 전략이 점포망과 물류, 협력망 유지가 필수적인 유통업의 특성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영업 기반 축소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137개,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 이행액은 11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 시장 외형이 커지면서 유통업에서도 투자 회수 구조와 업종 특성의 충돌 가능성을 짚는 시선이 나온다.
유통업에서 사모펀드 경영이 논란이 되는 배경으로는 일정 기간 내 기업 가치를 높여 회수에 나서는 투자 구조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장기 투자 성격 사이의 차이가 거론된다. 일부 투자에서는 비용 절감과 자산 효율화, 비핵심 자산 매각이 전면에 놓이기도 한다.
점포망 유지와 리뉴얼, 물류 효율, 협력업체와의 안정적인 거래 관계가 영업 기반인 만큼 단기적인 재무 개선 중심 경영이 필수 영업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된 사례로 홈플러스가 거론된다. 서울회생법원은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올해 3월에는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오는 5월 4일까지 연장했다.
배경에는 업황 둔화와 재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온라인 소비 확대와 근거리·소량 구매 확산,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대형마트 업황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구조도 재무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제한된 투자와 높은 고정비 부담이 겹치며 점포 경쟁력과 집객력 회복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유통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평가는 단순한 흑자 전환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흑자가 점포 축소, 물류·리뉴얼 투자 축소, 협력망 변화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사례를 두고는 자산 유동화와 투자 축소가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무 지표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설비나 인력을 덜어낼 경우 단기 실적은 개선될지라도 향후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차익 실현을 위한 무리한 자산 처분이 중장기적인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남양유업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9141억원, 영업이익 52억원, 당기순이익 71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과 원가 및 비용 효율화가 실적 개선의 주된 배경이다. 이는 사모펀드 경영 참여가 언제나 부정적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참고 사례로 볼 수 있다.
유통업은 온라인 소비 확산과 높은 고정비 부담, 점포 운영 효율 저하가 맞물려 있는 업종이다. 재무 개선 중심 경영이 점포망과 물류, 협력망 유지보다 앞설 때 부작용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기업 정상화라는 순기능과 영업망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중장기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기업을 다시 매각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으므로 개별 실패 사례를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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